왜 서울 아파트는 월급으로 닿지 않는가
"열심히 모으면 살 수 있다"가 아니라 "산수가 안 맞는다"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그리고 산수가 안 맞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출발점: PIR이라는 지표
주택 가격이 비싸다는 말은 그 자체로는 측정 가능한 진술이 아닙니다. 비싼지 아닌지를 비교하려면 기준이 필요하고, 가장 흔히 쓰는 기준 중 하나가 PIR(Price-to-Income Ratio)입니다. 주택 가격을 가구 연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지금 소득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았을 때 몇 년 만에 집을 살 수 있는가"를 보여 줍니다.
PIR이 5라는 것은 5년치 연봉으로 평균적인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이고, PIR이 15라는 것은 15년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같은 도시 안에서 시간에 따라 이 숫자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는 것이 가장 쉬운 출발점입니다.
왜 숫자가 두 자릿수가 됐나
PIR이 올라가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분자(주택 가격)가 분모(소득)보다 빠르게 오르면 됩니다. 한국의 지난 30년은 정확히 그 그래프였습니다.
1. 임금 상승률 < 주택 가격 상승률
경제 성장의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실질 임금 상승률은 둔화됐습니다. 반면 서울이라는 단일 메가시티에 집중된 주택 수요는 공급보다 빠르게 늘었고, 그 격차가 그대로 가격에 반영됐습니다. 1%대 임금 상승 위에 5–10%대 가격 상승이 누적되면, 30년 후의 PIR은 산수의 결과로 두 자리가 됩니다.
2. 자산 가격으로서의 주택
한국에서 아파트는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가장 보편적인 자산 클래스로 기능합니다. 주식·채권·해외 부동산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가구에게 "안전한 자산"의 대명사는 오랜 기간 서울 아파트였습니다. 거주 수요와 투자 수요가 같은 시장 안에서 경합하면, 가격은 거주 가능성(affordability)을 기준으로 형성되지 않습니다.
3. 신용 팽창
대출 한도가 늘어나면 같은 소득으로 더 비싼 집을 살 수 있고, 그 결과 가격은 더 올라갑니다. LTV·DTI 규제가 강화되면 단기적으로 가격이 꺾이지만, 장기 추세는 신용의 가용성과 매우 강하게 연동됩니다. PIR이 14든 16든, "대출이 얼마나 되느냐"가 실제 의사결정의 변수입니다.
시뮬레이터는 이 복잡함을 어떻게 다루나
DreamHouse는 위의 세 변수를 의도적으로 모두 제외합니다. 임금이 오르지 않고, 주택 가격이 오르지 않고, 대출도 받지 않는다고 가정한 단순한 산수만 보여 줍니다. 이런 비현실적인 가정을 쓰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 출발선을 보여 주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의 나"가 어디에 서 있는지 모르면, 미래 시나리오에 대한 어떤 논의도 출발점이 없습니다.
- 통제 가능한 변수에 집중하기 위해서. 임금 상승률·집값 상승률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지만, 한 달의 배달비·구독료는 통제할 수 있습니다. 시뮬레이터가 보여 주는 "32년이 28년이 된다"는 변화는 통제 가능한 영역의 잠재력을 시각화합니다.
그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32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32년 뒤에 산다"가 아닙니다. 오늘의 가정이 30년간 유지된다면 그렇다는 뜻이고, 다음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바뀌면 숫자는 크게 달라집니다.
- 임금이 오르면 — 더 빨라집니다.
- 집값이 오르면 — 더 느려집니다.
- 대출을 활용하면 — 자기자본 기준 도달 시점이 앞당겨집니다.
- 저축률을 올리면 — 가장 직접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 목표 평형/지역을 바꾸면 — 분자 자체가 바뀝니다.
국가 간 비교가 보여 주는 것
DreamHouse는 한국·미국·일본·중국 4개국의 대표 도시 데이터를 사용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PIR이 비슷한 도시들조차 "느낌"이 매우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 차이는 보통 다음 세 가지에서 옵니다.
- 주거 형태의 다양성 — 콘도/맨션/연립/단독 등 선택지의 폭.
- 임대 시장의 성숙도 — 평생 임대로 사는 것이 사회적으로 자연스러운가.
- 대출 구조의 차이 — 고정금리 30년 상환이 있는 시장과, 변동금리가 지배적인 시장은 같은 PIR이라도 체감이 완전히 다릅니다.
한국은 위 세 항목에서 모두 좁은 폭의 선택지를 갖고 있고, 이것이 "월급으로 닿지 않는다"는 체감을 PIR 자체보다 더 강하게 만듭니다.
도구의 한계, 그리고 정직한 사용법
DreamHouse는 의사결정 도구가 아닙니다. 출발점을 시각화하는 도구입니다. 실제로 집을 사겠다는 결정을 한다면, 다음을 추가로 고려해야 합니다.
- 취득세·중개수수료·이주 비용 등의 부대 비용
- 지역별 가격 변동성과 유동성(팔고 싶을 때 팔리는가)
- 금리 시나리오에 따른 월 상환 부담의 변화
- 전세·월세를 포함한 비교 시나리오
그래서 시뮬레이터의 결과는 "다음 한 달의 소비를 어떻게 바꿀지" 정도의 의사결정에는 쓸 만하지만, "내년에 집을 살지 말지"에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후자에는 더 많은 데이터와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맺으며
"열심히 모으면 된다"는 말도, "어차피 안 되니까 포기"라는 말도, 둘 다 다음 한 달을 어떻게 살지 결정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도움이 되는 것은 출발선을 숫자로 보는 일이고, DreamHouse는 그 출발선만 보여 주는 5분짜리 도구입니다. 나머지는 시뮬레이터 바깥의 인생입니다.